“긴 세월 잘 버텨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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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잘 버텨줘서 고맙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12.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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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치며 읽는 오랜 ‘독자’들 김용명‧연방희‧유영경‧이수희

이번 주 충청리뷰가 지령 1000호를 냈다. 24년의 세월이 지났다. 창간독자를 비롯해 애독자들은 충청리뷰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읽어
창간독자 김용명 약사

 

미원면에서 제일약국을 운영하는 김용명 약사는 지역사회 인사다. 충청북도 새마을 회장과 도 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윤석위 전 대표의 권유로 창간독자가 됐다. 그 후 24년간 충청리뷰를 ‘열심히’ 보았다. 인터뷰 요청을 하려고 전화를 했을 때도 그는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이런 인터뷰는 그간 사양해왔는데, 마침 신문을 보던 터라 거절을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사를 볼 때 그는 중요한 내용이나 새롭게 안 사실에 대해 밑줄을 친다. 지난 999호 신문에도 밑줄이 몇 군데 보였다. “충청리뷰는 충북의 소식을 자세하게, 깊이 있게 다룬다. 커버스토리 기획기사도 볼거리가 많다. 언론사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내용이 나오니까 보는 맛이 있다. 賞 남발(지난주 커버스토리 기사)진짜 공감한다. 권위 있는 상이 필요하다.”

단체장을 맡으면서 그는 지역신문을 모두 구독하게 됐다고 한다. 대신 중앙지는 보지 않는다. 청주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졸업 후 약국을 차린 곳은 미원이었다. 미원에서 약국을 낸지도 44년이다. “청주고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체육회 일에 몸담게 됐다. 충청리뷰에서 체육 소식도 다루면 좋겠다. 문화예술 뉴스는 있는 데 체육기사는 본 적이 없다.”

그는 충청리뷰 1000호 발행에 대해 “어려운 여건에서 고생 많이 한 것을 다 안다. 창간 정신을 잃지 말고 등불의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신문”
연방희 세무사

 

연방희 세무사는 2001년부터 충청리뷰를 구독했다. 한 달 구독료가 6000원인데 연 세무사는 3만원을 내고 다섯 사람에게 신문을 보내준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커피값 2번만 아끼면 되니 충청리뷰를 좀 구독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충청리뷰에 대한 애정도 걱정도 많다. “요즘 사람들이 일단 긴 거를 안 좋아한다. 생각도 깊이 있게 안하고, 왜 이렇게 됐는지 거꾸로 질문하지 않는다. 그런데 충청리뷰는 정반대다. 오히려 더 깊게 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연속극처럼 어떤 사안을 보도할 때, 그 이후도 알려주면 궁금증이 커질 것 같다.”

연 세무사는 “외연을 확장하려면 30‧40대 여성들이 볼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역시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쪼르륵 읽는다. 그건 그만의 ‘습관’이라고 했다.

평소에 바른 소리 잘하고 입도 거칠지만 충청리뷰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조심스러워했다. “어렵게 힘들게 버틴 것을 잘 안다. 지역신문들이 지역을 담보하는 논평과 기획을 못한다는 것은 참 안타깝다. 신문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충청리뷰가 고군분투했다. 사람을 중요시 하는 신문으로 남길 바란다.”

 

24년 전 창간 당시 생생히 기억
유영경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유영경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24년 전 일을 생생히 기억했다. “지역에 새로운 미디어가 생긴다고 하니까 시민사회의 기대감이 컸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지역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도 충청리뷰는 언론 분야의 NGO라는 생각이 든다.”

창간독자인 그는 충청리뷰에 대해 “애정이 있는 만큼 한 번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답했다. “독자로서 충청리뷰 판형이 몇 번 바뀔 때마다 고민의 흔적이 읽혔다. 검찰비판 기사를 썼다가 검찰로부터 언론탄압을 당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그럴 때마다 충청리뷰는 시민들이 지켜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길 원하지만, 여전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다.”

충청리뷰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여성 관련 기사가 더 많으면 좋겠다. 여성 관련 이슈나 정책, 성폭력 문제 등을 더 많이 이야기하면 어떨까. 리뷰가 지금까지 지켜온 정체성을 지켜 내면서도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여성을 다루는 뉴스가 많아져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충북도 여성발전센터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부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여성포럼 대표직을 맡고 있다. 대표 일로 여전히 바쁜 그는 “나는 ‘공익백수’라서 백수보다 더 시간이 없다”라며 웃어보였다.

 

“엄마들이 보는 신문이 됐으면…”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충청리뷰에 기대하는 건 딱 하나다. 다른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심층적인 보도를 해달라는 것이다. 충청리뷰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를 보기 원한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충청리뷰에 애정 어린 비판을 했다. “기자들이 공을 들여 심층보도를 해도 확산성이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공무원 사회도 언론을 보고 고쳐나가야 하는데 점점 무뎌지고 있다.”

언론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누구든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정답은 역시 콘텐츠에 있는 것 같다. 충청리뷰는 기사가 차별성이 있으니까 경쟁력이 있다. 다만 지금의 콘텐츠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독자를 개발해야 한다. 옆집 아줌마가 읽을 수 있는 교육, 먹거리, 미세먼지 등에 대한 생활뉴스가 필요하다. 엄마들이 보는 신문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사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 “충청리뷰가 척박한 언론환경에서도 외롭게 자리를 지켜온 것에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개인적으론 메인 칼럼을 읽을 때마다 속이 다 시원하다. 지역에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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