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 빠진 ‘노동’과 ‘취미’만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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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감 빠진 ‘노동’과 ‘취미’만 권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2.22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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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젊은 노인’들에 대한 인큐베이팅 사업 부재
노인 지원, 저임금 일자리 및 취미강좌 개설에 그쳐
베이비부머 세대가 세상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아직 이들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 노동력을 활용하는 데 미흡하다. 은퇴자들은 평생교육원의 주 고객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58년 개띠들이 돌아왔다
능력 발휘할 기회 부족해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듣는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은퇴자들이다. 한 은퇴자는 “교사로 정년을 했다. 몇 달은 등산을 다니다 그것도 지쳐서 소일거리를 알아보다 이번 강좌를 듣게 됐다. 사람들을 만나려면 이런 곳에라도 나와야 한다. 복지관은 고령 노인들이 많아 잘 안 가게 된다”라고 밝혔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세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이들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 노동력을 활용하는 데 미흡하다. 당장 노인관련 사업은 ‘노동’아니면 ‘배움’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노동의 경우 대개 저임금 일자리들이다.

최근 청주서원노인복지관이 97억원을 들여 개소했다. 복지관에서는 경로식당, 체력단련실, 건강증진실 등을 갖추고 평생교육 프로그램 35개를 운영한다. 청주시에는 6개의 노인복지관과 6개의 노인일자리를 전담하는 시니어클럽이 있다. 시니어클럽에서 일을 하는 노인들은 최저임금이나 한 달에 30만원을 채 받지 못한다.

 

경험과 지식 환원 안 돼

 

시니어클럽의 사업은 시장형, 공익형으로 나뉘는 데 시장형은 자체 사업장인 반찬가게, 음식점 등에 노인이 취업할 경우 최저임금을 지원한다. 만 60세 이상 취업할 수 있다. 공익형 사업은 학교 급식 보조, 도서관 사서도우미, 초등학교 교통지도 등인데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만 신청할 수 있다. 한 달 30시간을 일할 경우 27만원을 받는다. 그것도 9개월만 일할 수 있다. 이밖에 노인복지관에서 기관 및 업체와 노인을 연결하는 컨설팅 사업이 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청주상당시니어클럽 장선애 관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받아 사업들을 운영하는데 한 해 보통 6500명이 수혜를 받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현재의 노인세대와는 결이 다르다. 노인세대가 되기 전 ‘젊은 노인’들에 대한 인큐베이팅 사업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고학력자들이 많고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지만 이들의 능력이 환원되는 프로그램이 없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노인복지관 관계자들도 고민이 많다. 이용 대상자들이 점차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 관장은 “지자체에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몇 차례 건의했지만 예산이 없다보니 무산됐다. 결국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진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승호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의 경우 기존의 노인지원정책과는 달리 ‘노인활력’에 주력한다. 노인세대가 스스로 기획한 프로그램이 성취감이 높아 효과가 좋다. 고학력자들이 정년이후 사회와 단절되면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나 사회 전체적으로 봐도 손해다. 노년에게 의미있는 생활은 사회‧경제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지자체도 이러한 고민을 해야하고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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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이후 출구전략을 짜준다

서울시 50+재단 2년 전부터 운영, 전국에서 벤치마킹

상담, 취업, 창직, 사회공헌까지 시스템 갖춰져 ‘인기’

 

서울시는 2년 전부터 50+재단을 운영 중이다. 50+은 남아있는 50년의 삶을 의미한다. 기존의 시니어 세대와는 달리 교육수준과 경력이 많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인구의 21%가 바로 50+가 주목하는 세대이다. 만 50세부터 64세까지 대상으로 하며 통합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인생1모작을 통해 첫 직업을 가졌다면 2모작, 3모작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캠퍼스가 구축돼 있다. 현재 25개 자치구에 3개의 캠퍼스가 있고 3개가 더 생길 예정이다.

산업혁명 세대 주역들의 새로운 일자리는 ‘사회공헌형’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의 경력과 능력을 살리되 사회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들이다. 사회적 경제와 관련돼 창업을 할 수도 있다.

일단 캠퍼스에 오면 먼저 상담을 받고 필요한 교육을 듣는다. 교육 수강생들끼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를 위한 공간 및 프로그램 지원을 따로 펼친다. 공모를 통해 공유사무실에 입주하게 되면 창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한 지원도 꾸준히 병행된다.

50+재단에서는 정년 이후 또 다른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짜주는 곳이다. 교육은 인생재설계, 커리어 모색학부, 일상기술학부로 나뉜다. 인생재설계에선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일자리를 갖고 있었더라도 이를 내려놓는 작업을 한다. 커리어모색학부에선 경력을 토대로 창업이나 창직을 모색한다. 일상기술학부는 목공, 합창, 요리 등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전국에서 50+재단을 벤치마킹하러 온다. 이곳에 오는 ‘신중년’들은 스스로 강사가 되기도 하고 기획도 한다. 또 보람일자리 사업은 사회공헌형 일자리로 어르신일자리지원단, 행복도시락지원등을 운영하는데 월 57시간에 52여만원을 지원한다. 50+재단에서는 중장년층을 위한 새로운 사업 및 일자리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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