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동네, 고층건물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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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동네, 고층건물만 보인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5.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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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재인>세트장 앞 대형 건물 준공 앞 둬
고층건물 곳곳 ‘임대문의’…관광지의 민낯 보여줘
가장 먼저 수암골에 찾아온 사람들은 부동산 업자였다. 수암골엔 고층건물이 쉬지 않고 들어섰고, 마을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수암골은 지금도 공사중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어쩌다 이지경 ‘청주 수암골’
현재의 모습은?

카페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청주시 수안골 야경. 사진/육성준 기자

수암골에는 고층 건물들이 많다. 고층건물들 마다 ‘임대문의’안내물이 어김없이 붙여져 있다. 신축건물 7~8곳은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수암골은 곳곳은 ‘공사 중’이다.

A씨의 건물은 지난 11월에 준공검사가 났지만 아직까지 임대가 되지 않았다. 건물주인 A씨는 “3~4년 전 평당 120만원에 땅을 샀다. 땅을 놀리기 그래서 건물을 지었다. 매매나 임대 모두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 신축건물이 8개 정도 들어선 것 같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에 아무래도 지금은 거래가 안 되는 것 같다. 문의전화는 많이 온다”라고 설명했다.

B씨도 지난해 말 건물을 지었으나 몇 달 째 임대가 되지 않고 있다. B씨는 “수암골이 처음 뜨기 시작할 때 땅을 여러 군데 샀다. 당시 서울사람에게 샀는데 이후 몇 차례 땅이 팔린 것으로 안다. 고지대라 터파기 공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힘들어서 나머지 땅은 일찌감치 넘기고 이 부지만 갖고 있다가 집을 지었다. 나이가 젊으면 여기서 장사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 현금화하기를 원한다. 건물을 싸게 내놓을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암골의 임대 가격은 보통 20평대가 120만원, 40평대는 250만원 안팎이었다. 드라마 <영광의 재인>을 촬영했던 현재 서문우동가게 앞에는 대규모의 대형신축건물이 들어섰다. 지난 1년 여 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7933㎡에 5개 동의 건물이 들어섰다. 송귀운 (주)에이스파트너스 이사는 “준공이 곧 날 것이다. 2개동은 이미 준공이 났다. 분양가는 평당 1100만원이다. 이미 84%분양을 끝냈는데, 한 개 동에 자체 개발계획이 있어서 분양을 미뤘다. 그렇게 따지면 현재 분양률은 50%다. 대전과 서울 사람들에게 분양을 해서 청주사람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암골에 나타난 이 대형 건물에 대해 주민들은 잘 몰랐다는 반응이다. ‘영광이네’ 관계자 또한 “내 집 앞에 바로 짓다보니 전망을 다 가리게 됐지만 우리야 하소연밖에 더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송 이사는 “한 개 동에선 드라마와 영화촬영을 할 것이다. 이미 청주문화재단과 MOU체결을 했다. 드라마, 영화제작사와도 얘기를 끝냈다. 그렇게 되면 건물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다. 현재 분양을 받은 사람들도 돈이 급한 사람들이 아니라서 시간을 천천히 두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촬영을 마치면 청주에서도 분양을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옥 지으려던 곳에 대형건물

 

이 땅은 수년 전 한옥마을을 지으려다 실패한 곳이다. 당시 한옥마을 건설을 추진했던 이욱 미래도시연구원 사무총장은 “지금의 수암골을 보면 상가지역이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청주시가 이곳을 관광지구로 지정하고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냥 두다보니 땅 값만 오르고 커피숍만 들어섰다. 한옥마을을 지어 주막거리를 형성했다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을 텐데 시가 협조를 제대로 안 해 줘 불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 건물에 무엇을 채울지 의구심이 든다. 청주시가 드라마와 관련된 업종을 유치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욱 총장은 수암골에 드라마 촬영을 잇따라 유치해 이곳을 관광지로 만든 인물이다. 그는 “수암골은 드라마 촬영지로 생긴 관광지다. 이를 계기로 청주시내 전역이 영상문화의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인근에 김수현 드라마아트홀이 건립된다. 한류제조기인 김수현이라는 인물을 도시 전체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땅값은 오르고 사람은 떠났다

 

피란민촌 수암골은 10년 사이 정말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2009년 드라마 <카인과아벨>이 상영되면서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제빵왕 김탁구>가 국민드라마로 50%시청률을 넘기면서 수암골은 전국을 비롯해 해외에서까지 찾아오는 관광지가 됐다. 이후 <영광의 재인><힐러>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가장 먼저 수암골에 찾아온 사람들은 부동산 업자였다. 수암골이 청주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이 일어났다. 현재 벽화가 그려진 수암골 50여호 인근으로 50여호 무허가 건축물들이 들어서있었지만 자본의 물결을 따라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김종수 수암골 노인회장(73)은 “지금 남아있는 수암골 50여호는 집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린다. 10집은 이미 외지인들이 샀다. 4~5집은 빈집이다. 가격이 오르면 팔려고 그냥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암골 내 주택은 매매가 평당 150만원으로 뛰었다. 피란민촌으로 형성된 이곳은 보통 19~20평대의 건물이 붙어있다.

주민들이 운영했던 수암골 카페 ‘마실’은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 이 건물은 무허가 건축물이다. 주민들은 “땅 주인에게 세를 내고 커피숍을 운영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좋은 커피숍이 많은 데 여기 누가 오겠는가. 관광지가 되도 주민들은 다 늙어서 돈을 벌 게 없다. 주인이 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아예 문을 닫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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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골 예술촌 문 열고 체험객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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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골에 예술가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수암골예술촌 체험장을 열었다. 수암골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공예 제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암골예술촌은 민화 작업을 하는 박효영씨가 이끌고 있다. 현재 작품 활동을 함께하는 이들은 16명. 가죽, 섬유, 규방, 압화, 서예 작업을 하는 공예인들이 모여 공동작업을 하기도 하고, 체험객들을 주말에 맞기도 한다. 규방공예를 하고 있는 백은주 씨는 “재료비 1만원 내외를 내면 간단한 압화 브롯찌, 한지 사각접시, 가죽 지갑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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