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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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해야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1.12.1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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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필수조건…민주·국힘, 이번엔 반드시 공약하고 지켜야
약속했던 박근혜·문재인 정권, 여야 국회의원들 놀음에 흐지부지
국회 본회의장 전경.

내년 지방선거 쟁점1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내년 3월 9일 실시될 대통령선거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선거 뒤 3개월도 되지 않아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보궐선거로 치러지게 된 2017년 5월 선거에 이은 두 번째 선거로 전국 지방선거에 앞서 실시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다 보니 기초자치단체 및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이나 약속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1990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뒤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은 1995년,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2006년부터 시행됐다. 지방자치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지만 기초의원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전락해 정당의 수족 역할만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면서 폐지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집단적인 폐지 요구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오히려 기초의원들이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비중 있게 다뤄야 할 것 아니냐”는 조용한 주문을 하기도 한다. 기초단위 정당공천제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가 내려진 지 오래다. 장점에 비해 단점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은 물론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다년간 표출돼 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 정국에선 전국 기초단체장협의회나 기초의회의장단협의회 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이미 대선운동에 들어간 상황 속에 앞장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가는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 자당의 공천장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국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들은 대선후보 일정에 따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폐해 백태

앞서 대선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후보별로 줄을 서 당원 배가를 위한 가입 활동에 바빴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서 있었던 예비후보의 일정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는 푸념도 들었다. 기초단위 지역 의원이 타지역에 쫓아가 동원인력 노릇이나 한 것이다. 지금도 대선 예비후보들이 전통시장 등에 등장하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무리 중에는 각 당의 국회의원도 있지만 타 지역 기초의원들도 보이곤 한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기초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현역들이 있다. 이명원 부산 해운대구의회 의장은 최근 지방신문에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해야’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 의장은 정부가 개입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례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들었다. 그는 “정당에서 후보자를 검증·발굴 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면서 책임정치가 가능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정치신인에게 진입장벽일 뿐만 아니라 공천 헌금 등의 폐해가 크고, 여야 의원이 동수이거나 단체장과 의회 내 다수당의 정당이 다를 경우 행정이 불안정해지는 등 단점이 더 크다”고 밝혔다.

또한 “정당공천제와 중선구제가 도입되고 나서 중앙의 정치적 대립이 기초의회에까지 확산됐고, 지역 현안과 전혀 관련 없는 정쟁에 기초의원이 동원되는 모습이 일상화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이슈에 전국의 기초의원들이 동원돼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은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인 올해 지방자치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인 기초의원 공천권을 과감하게 내려놓는 국회의원의 용단을 기대했다.

충남 천안시의회 황천순(더불어민주당) 의장과 정도희(국민의힘) 부의장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에 힘을 실었다. 지난 9월 두 사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란히 폐지에 찬성 의견을 냈다. 황 의장은 여야 대통령 후보가 주도할 것을 주장했고, 정 부의장은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위해 폐지가 맞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공약 팽개쳐

무소속으로 3선을 기록한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국회 앞에서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오 군수는 지난 6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지방화 혁명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자 장애물이 바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라며 “행정의 대변혁을 이뤄내기 위해 반드시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 지역위원장의 전략공천에 의한 낙하산 후보는 결국 임기 내내 중앙당과 계파의 하수인 노릇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1년 국내 첫 행정정보공개조례를 발의한 박종구 전 청주시의회 의장은 2006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지방정치를 멈췄다. 공천제를 이유로 6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계를 떠난 그는 지방의원 공천제는 국회의원의 하수인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봤다. 그는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는 법을 만들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지역 민심에도 대선 주자인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기초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치개혁, 정치교체를 외치지만 국민의 여망이라 할 핵심문제인 기초공천제 폐지 언급을 않고 있다. 과거 폐지 타당성 발언을 한 만큼 누구라도 먼저 공약을 내걸어 진정성을 내보이길 기대한다. 국회의원 출신이 아니기에 국민의 기대가 남다른 상황이다.

과거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여야 대선후보인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된 박 전 대통령이 속한 새누리당은 약속을 걷어찼다. 약속을 지킬 것을 주장하던 민주통합당도 후속 움직임을 소홀히 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여당이 돼서는 이에 대한 개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기초공천제 폐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거대 여당의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가장 큰 셈이다.

한편, 권경득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도 지방의회에 대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 10월 권 위원장은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를 구분해 “생활정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기초지자체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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