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보다 사용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한 펠로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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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보다 사용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한 펠로톤
  • 이병주 ㈜더밸류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6.0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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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제품을 더 자주, 더 잘, 더 즐겁게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

펠로톤은 바이든 대통령 덕분에 유명해진 회사다. 실내 자전거나 러닝머신에 태블릿이 붙어있는 제품을 파는데, 바이든이 여기에 푹 빠져서 백악관으로 가져가려다 보안 때문에 못하게 됐다. 펠레톤은 200만원 대부터 400만원 대의 제품과 월 39달러짜리 운동강좌 구독 서비스가 전부인 심플한 비즈니스다.

펠로톤은 게으르거나 지루해서 혼자 꾸준히 운동하기 어려운 걸 해결해서 성공했다. 바로 실시간 라이브 클래스를 통해서. 집에서 하지만, 인기 트레이너 강사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운동을 즐기도록 하고,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해서 여러 사람과 함께 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코로나19로 수혜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런 전략이 먹혀서 2017년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어왔다. 그리고 구독 서비스 회사로 유명하지만 구독 수입의 비중은 몇 년째 20% 내외고, 바이크와 러닝머신 제품 판매 수익이 80%를 차지한다.
 

 

이랬던 펠로톤이 요즘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 락다운이 끝나자 사람들이 다시 헬스클럽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 자연스레 성장이 둔화된다는 발표에 주가가 급락했다. 고점 대비 80%가 빠지자, 지난 2월 창업자 CEO인 존 폴리가 물러나고,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에서 CFO를 역임했던 배리 메카시를 데려 왔다. 재무 전문가답게 취임하자 마자 직원의 20%인 2800명을 감원했다.

사실 펠로톤의 고성장이 매출 규모가 커진 이후에도 이 정도로 지속될 수준은 아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어진 측면이 있다. 그래서 그 충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 펠로톤이 어려워진 건, 공장 설립과 물류센터 건축에 많은 투자를 해서 적자가 지속돼서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가 한창 피크였을 때, 제품을 주문하면 2-3달은 기본으로 걸렸다고 한다.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한 부품을 미국 공장에서 조립해서 미국 전역에 보급했는데, 코로나로 글로벌 공급망이 안 돌아가니까 배송 지연이 더 심했다.

그래서 펠로톤은 아마존도 아니면서 미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돈을 많이 썼다. 기다리다 짜증난 고객의 주문취소가 많았는데, 이를 막기 위함이었다. 새로운 CEO 메카시가 이를 꼬집었다. 뉴욕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임 경영진들이 쓰지 말아야 할 곳에다 너무 많은 돈을 써서 비용구조가 망가졌다”라고 비판했다.

펠로톤이 비즈니스를 하는 목적

펠로톤의 주가가 빠지자 홈트레이닝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는 나이키, 아마존, 애플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만큼 매력적인 회사다. 펠로톤의 연차보고서(Annual Report)를 보면 다른 제조업체에는 없는 인상적인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펠로톤이 매년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는 지표가 제품 판매량이 아니라, 바로 회원들의 운동시간이다.

펠로톤 회원들은 2018년에 월 평균 8.4회 운동을 했는데, 이게 2021년에 22회로 늘었다며 매우 자랑스럽게 리포트에 분석을 늘어놨다. 펠로톤의 모든 서비스는 회원들의 운동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다. 라이브 클래스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스튜디오를 꾸미고 방송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했고, 신나는 음악을 틀기 위해 최신 음악 저작권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펠로톤은 고객이 러닝머신을 사놓고 몇 번 하다가 빨래건조대로 쓰지 않도록, 제품 판매 이후에도 제품을 더 자주, 더 잘, 더 즐겁게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즉 펠로톤이 비즈니스를 하는 목적은 제품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사용만족 극대화다.

공장과 물류센터를 세운 건 주문 취소를 줄이고 매출을 더 빨리 늘리고자 함이었다. 그 예측이 맞지 않아 어려워졌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판매 후 사용만족 극대화 노력으로 성공했다가 판매 극대화 시도로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신임 CEO가 잘하겠지만, 자칫 수익모델만 신경 쓰다, 사용만족을 극대화하는 사업의 핵심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펠로톤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이것이 제조업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해서다. 디지털과 AI를 도입해서 생산을 효율화하고, 물류를 최적화하고, 수요을 예측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양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 생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을 잘 파는 걸 넘어, 판매 후에도 고객이 제품을 더 자주, 더 잘, 더 만족스럽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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