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 연결 영동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 표지판에도 청주는 빠져
청주시민들, 땅 절반 내주고도 주인 행세도 못하나, 대전·청주 병기 바람직
중부고속도로는 청주(남이)를 기점으로, 경기 하남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117.2㎞)다.
남북을 잇는 중부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에 크게 기여하고 진천·음성 등을 중심으로 한 충북 중부지역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그런데 서울~청주를 연결하는 중부고속도로(하행)에 ‘청주’가 없다. 오직 대전만 있다. 청주라는 이름은 중부고속도로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겨우 ‘서청주’라는 세글자를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영동고속도로와 평택제천고속도로에서 중부고속도로 진입을 알리는 표지판에도 대전만 있고 청주는 아예 없다. 중부고속도로 절반 가량이 충북 땅을 거쳐 가는데도 청주라는 도시 이름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홀대와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은 있고 청주는 없다
중부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과 지역 개발 촉진을 위해 1985년 착공, 1987년 12월 준공됐다.
경기·충북 7개 시·군을 경유하고 노선 영향권 내의 인구가 1200만 명에 달한다. 노선 길이는 경기 구간 66.01㎞, 충북 구간 51.19㎞이다.
지금은 군데군데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뀐 곳도 있지만 처음 시공은 콘크리트 포장으로 이뤄졌다. 속도 제한도 시속 110㎞로 국내 고속도로 중 가장 먼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다. 원래는 시속 120㎞로 설계됐으나 사고 위험이 있어 110㎞로 조정됐다.
이용 차량 증가로 2001년 경기 하남시 산곡분기점에서 이천시 마장분기점에 이르는 31.1㎞의 제2중부고속도로(제37호선)가 개통됐다. 이 고속도로를 타도 결국엔 기존 중부고속도로에 연결된다.
2001년 고속도로 노선 번호 변경으로 통영대전고속도로가 중부고속도로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노선 번호도 10호선에서 35호선으로 바뀌었다. 길이도 총연장 332.5㎞로 늘어났다.
통영대전고속도로의 편입으로 노선 연장이 됐음에도 중부고속도로는 별개의 고속도로로 지정됐다. 운전자들 역시 중부고속도로 하면 기존 구간인 서울~청주로 인식하고 있다.
청주 남이에서 경부고속도로와 합류하는 중부고속도로는 수도권과 중부권을 연결하는 고속 교통축으로 중부 내륙지역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또 교통량을 분산시켜 수송시간과 수송비 절감을 가져왔다.
그러나 중부고속도로 영향으로 중부지역에 많은 기업이 들어서 화물차량 운행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속이 아닌 ‘저속고속도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충북도는 이의 해소방안으로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추진했으나 서울세종고속도로에 밀려 조기 확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는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교통량 추이를 봐가며 호법~증평간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강종근 도로과장은 “중부고속도로의 하루 통행량이 거의 8만 대에 달해 서울세종고속도로가 개통된다 해도 하루 통행기준 5만 1300대는 넘겨 (확장하는데)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증평IC 간 15.9㎞ 6차로 확장사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설계가 내년 4월 나오면 총사업비 2551억 원을 들여 하반기 착공, 2029년 완공 예정이다.
청주는 자존심도 없나
기자는 ‘청주’가 없는 중부고속도로와 주변의 연결 고속도로 실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일 고속도로에 올랐다.
먼저 평택제천고속도로 상황을 체크했다. 충주 쪽에서 서쪽인 평택 방향으로 가려면 중부고속도로와 맞닿는 대소분기점이 나온다. 금왕IC와 금왕꽃동네IC를 지난 대소분기점 전방 2㎞와 1㎞, 500m 지점에 설치돼 있는 표지판엔 중부고속도로 남쪽 방향으로 대전, 북쪽 방향으로 동서울을 안내한다.
대소분기점에 다다랐을 때는 대전과 동서울만 표기돼 있다.
영동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강릉 쪽의 이천IC를 빠져 나와 반대 방향인 서쪽방향으로 가기 위해 이천IC를 다시 올라 탔다. 여기서 서쪽으로 6㎞ 가다 보면 호법JCT를 만난다. 호법JCT에선 서울과 인천, 부산등 사방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연결된다.
이천IC를 지나 호법JCT쪽으로 가는 중간 교통표지판에도 상행은 동서울, 하행은 대전으로만 표기돼 있다. 많은 교통표지판을 지나는데도 청주를 표기한 곳은 한 군데도 볼 수 없었다.
하남JC~청주 남이를 연결하는 중부고속도로 하행선은 어떨까.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해 서청주IC까지 110㎞ 구간의 교통표지판을 일일이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에도 ‘청주는 없다’다
광주IC, 곤지암IC, 서이천IC를 안내하는 교통표지판엔 대전 일색이다. 호법JCT 가기 전의 안내판에도 동쪽 강릉, 서쪽 인천, 직진 대전으로 적혀 있다.
충북 땅에 설치된 IC 표지판도 똑같은 상황이다. 이 부분에선 청주시민 나아가 충북도민은 자존심도 없는가 자괴감이 들었다.
경기 이천을 지나 대소IC를 알리는 표지판에는 대전과 다음 IC가 있는 진천만 안내한다. 진천IC, 증평IC를 지날 때도 그대로다. 진천IC 1㎞를 남겨둔 표지판에서 오른쪽 방향으론 진천을, 직진 방향으론 다음 IC인 증평을 대전 밑에 적는 방식이다
오창분기점에선 서쪽의 오른쪽 방향으로 옥산분기점(경부)과 서오창을, 남쪽의 직진방향으로는 대전만 적혀 있다.
청주(서청주)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 온 것은 오창·청주공항 2㎞ 전방에 진입했을 때였다.
오창IC를 알리는 교통표지판에 대전 아래 서청주가 표기된 것이다. 1㎞ 전방 표지판에도 똑같았다. 오창IC를 지나서는 대전 41㎞. 서청주 7㎞라고 쓰인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서청주 2㎞ 전방에선 오른쪽 방향으로 서청주(청주)가, 직진 방향으로 대전·청주분기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청주(서청주)라는 이름이 표기된 게 겨우 고속도로 끝자락이라는 사실에서 청주의 현주소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대전·청주 병기도 한 방법
이의 부당성을 제기한 이만형 충북대 명예교수는 “중부고속도로의 기·종점은 분명 청주(남이)~하남인데 청주라는 지역명이 빠지고 대전이 자리한다는 것은, 대전이 아무리 중부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라 해도 청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며 “우리 충북 땅을 절반가량이나 내주고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주인 행세를 못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근래 건설되는 고속도로 이름은 기·종점 도시이름을 따는 경향이다. 예를 들면 광주대구, 당진영덕, 무안광주, 서울세종, 서천공주, 세종포천고속도로 등이 그렇다”며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겐 이들 도시 이름이 자연히 각인돼 도시 홍보에도 효과가 있다. 최소한 대전과 청주를 병기라도 해 청주의 자존심과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청주가 기점인 중부고속도로 교통표지판에 청주라는 이름이 없다는 것을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다”며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대안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예규에 따른 원거리 진행표기 시 중부고속도로는 동서울과 대전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