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장기화…충북 의료현장 긴장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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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장기화…충북 의료현장 긴장감 지속
  • 양정아 기자
  • 승인 2024.03.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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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달했다”…지쳐가는 의료진
충북대 250명, 건국대 120명 의대 증원 신청

국민 찬성 의대 증원, 해결돼야

지난해 12월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의미다. 지난 1년 사이 정부와 의사 단체 등이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27차에 걸쳐 진행됐지만 의사 단체의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6일에는 각 의대의 증원 요청 수요조사를 근거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대병원 응급실 앞 전경.  /양정아 기자
충북대병원 응급실 앞 전경. /양정아 기자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가 처벌 절차에 나선 가운데 여전히 현장 복귀는 되지 않고 있다. 충북도내 의료 현장은 비상진료체계가 가동중이다.

이런 의료 현장 혼란 속에서 도내 대학들은 4일까지 마감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신청했다. 그 결과 충북대 250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120명으로 확인됐다.

현장 피로도↑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일 정부에서 정한 전공의 복귀 시점이 지났지만, 충북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총 200명 중 84%, 즉 168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그 가운데 129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특히 충북의 거점 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16명 가운데 11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고, 이달 임용 예정이었던 인턴 35명은 임용 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대 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교수는 "일반 외래환자들이 병원에 오는게 줄어들어서 현재까지는 큰 차질은 없다. 전문의의 빈자리는 교수들이 당직을 돌면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충북대병원을 방문한 외래 환자는 "의료 사태라는 상황을 알고 있다"며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1시간 전에 미리왔다. 그런데도 아직 대기시간이 1시간 넘게 남았다"고 말했다.

현재 충북대병원은 전공의 이탈이 지속되면서 병상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지는 등 진료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충북도는 15개소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응급환자가 대형병원 등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쏠리지 않도록 비응급·경증 환자를 지역응급의료센터로 분산하고 있다.

충북도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도는 현재 비상진료체계로 운영되는 15개 응급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충북은 아직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응급실 전원이나 이송 지연 등 피해는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내 현재 의료상황에 대해서는 "충북대병원의 경우 중환자나 응급환자 위주로 수술을 하고 있다. 다만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67%까지 떨어졌다"며 "하지만 나머지 병원들은 평소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의료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며 의사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병원들을 대상으로 전공의 미복귀 현황과 근무 행태 등을 파악하는 등 법적 조치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검·경도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청주지방검찰청과 충북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실무협의회를 열고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 공동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충북경찰청은 보건복지부의 이탈 전공의 고발장이 접수되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의대 정원 여전한 입장차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수요조사가 진행돼 지역 의료계와 의대생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박홍서 충북의사회장은 "의대 정원이 필요하다면 실수요 조사를 해서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늘려야한다. 무턱대고 준비도 없이 의대 증원으로 모든 문제가 매몰되고 있다"며 " 의대 정원을 늘리기 전에 의대 증원 문제가 나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 필수 의료 붕괴, 응급실 뺑뺑이, 노인 인구 증가 등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가 초점이다.

그에 따른 정책이나 의료 배분 없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겠다는 것은 앞 뒤가 바뀐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에 불이 났는데 불 끌 생각은 못하고 소방서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상황 아닌가"라고 정부대책을 꼬집었다.

청주 시내 한 개원의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필수의료과 의사들은 돈을떠나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시작했고 일자리가 없어 개원을 한다. 덮어놓고 의대증원보다 필수과 체계를 먼저 바꿔야한다"고 비판했다.

충북대 의과대 관계자는 "현재 1,2학년 예과 학생들의 수업은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의 휴학 사유 허용 기준 적용에 따라 충북대 내 휴학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바는 없다"라고 발혔다.

하지만 충북대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 등으로 수업에 불참하면서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충북대 의대 본과는 지난달 19일이었던 개강일을 지난 4일로 미뤘다가 오는 25일로 또 보류했다. 건국대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도 모든 학사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다만 의료계와 의대생들의 반발과 달리 대학 입장에서는 지난 1998년을 마지막으로 26년간 의대 증원·신설이 없었던 데다, 이번 의료계 집단 행동으로 향후 의대 증원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임의로 증원해주지 않겠다"고 밝혀 거의 모든 대학이 증원 신청을 했다.

정부는 5일 현재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목표로 밝힌 2000명을 훌쩍 넘는 수치다.

서울 소재 8개 대학 365명을 포함해 수도권 13개 대학이 총 930명 증원을 신청했고, 비수도권 대학은 총 2471명의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충북대는 현재 49명의 의대 정원을 250명으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는 4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수요조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대학들에 정원을 배분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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