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건 이래도 맛은 최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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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이래도 맛은 최고랍니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5.1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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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빵집들에 납품하는 토종 우리밀빵집 ‘더벨로’
앉은뱅이 통밀로 만든 햄버거가 주력상품 돼

농촌연구원이 발표한 <2017식품소비행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빵을 주 1회 이상 구입하는 가정이 전체의 39.5%다. 이는 지난해 보다 5%p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편의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대되면서 아침식사로 밥보다 빵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증가이유를 분석했다.

그 사이 제빵시장의 변화도 있었다. 정부가 2016년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제과점에 한 해 2019년까지 매장 확장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대형 베이커리들의 골목 침투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골목빵집들은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2년 사이 젊은이들의 골목빵집 창업이 늘었고 그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앞세워 동네와 지역의 문화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벨로' 백승열 대표.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 성안길의 유명 빵집

성안길에 위치한 빵집 ‘더벨로’는 2010년 가을 서울 개포동에 첫 문을 열었다. 토종 우리밀을 무기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현재 서울공장, 음성공장, 서울 개포점, 서울 양재점, 청주점에서 빵을 팔고 있다.

‘더벨로’는 수제빵집들의 빵가게로 불린다. 주로 수제빵집들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용인의 한 거리에는 ‘더벨로’의 빵만을 사용하는 빵집들이 줄지어 있다. 용인의 한 수제빵집 대표는 “토종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곳이 많지 않고 그중에 ‘더벨로’ 빵이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토종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빵집은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토종 우리밀을 빵으로 만들기에는 밀이 갖고 있는 글루텐 함량이 적어 서양밀보다 균일한 품질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빵은 글루텐이 적을수록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줄어들고 빵의 모양을 잡기도 힘들다. 특히 토종 우리밀은 글루텐함량이 개량우리밀이나 서양종에 비해 반 이상 적다. 그래서 토종 우리밀로 빵을 만들면 상품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청주에서 ‘더벨로’를 운영하고 있는 백승열 대표는 “토종 우리밀빵은 만들기 어렵다. 그럼에도 토종 우리밀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 문화가 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시중에 파는 우리밀은 보통 통밀가루, 백밀가루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 밀들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서양종과 개량된 종들이라고 한다.

반면 토종 우리밀은 앉은뱅이 밀이라고 불리는 고유종이다. 앉은뱅이 밀은 이름 그대로 키가 작다. 다 자랐을 때 높이는 60~80cm정도로 서양밀보다 20cm이상 작다. 글루텐 함량도 서양밀에 비해 적다. 글루텐은 불용성 단백질이기 때문에 빵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래서 ‘더벨로’를 찾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빵을 먹고도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만, 진주 앉은뱅이밀로 만든 ‘더벨로’ 빵은 외형이 투박하다. 주로 바게트나 치아바타 그리고 호밀빵 등에 쓰인다. 그래서 ‘더벨로’에는 화려한 야채빵, 피자빵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새로운 빵 개발 위해 노력 중”

백승열 대표는 처음부터 빵쟁이는 아니었다. 음성출신인 그는 학창시절을 음성에서 보냈다. 이후 도시로 나와 학업과 직장생활을 이어갔지만 천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생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고향친구는 그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더벨로’에서 빵 만드는 방법을 배울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2011년, 그를 포함한 음성 고향친구 3명은 ‘더벨로’에서 토종 우리밀빵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토종 우리밀로 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앉은뱅이 밀은 건강하고 매력적인 식재료였다. 앉은뱅이 밀을 재료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결국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앉은뱅이 밀빵으로 만든 햄버거를 개발했다. 그는 “개발이라기보다는 기술교류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2015년 청주로 내려와 ‘더벨로’ 점포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형제가 찾아왔다. 형제는 중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동안 ‘더벨로’의 빵을 써왔기 때문에 다른 빵으로는 맛을 낼 수 없을 것 같다며 빵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며 “나의 빵 만드는 기술과 그들의 햄버거 만드는 기술을 교류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햄버거는 청주 ‘더벨로’의 주력상품이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새로운 빵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백 대표는 “화려한 빵은 없지만 늘 생각나는 빵을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 ‘더벨로’가 빵을 먹는 사람과 빵을 만드는 사람이 함께 빵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충청리뷰는 자신만의 맛과 기술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더벨로·숲속빵시장과 손잡고 오는 26일(토) 낮 12시 충북문화관에서 ‘숲속빵시장’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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