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갈색여행 갈수 있을까?
상태바
청주에서 갈색여행 갈수 있을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8.09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시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관광유도표지판
다른 지자체에 비해 까다로운 설립요건 개선필요

갈색여행은 갈색표지판이라고 불리는 관광유도표지판을 따라 가는 여행이다. 과거 차 있는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다면, 지금의 갈색여행은 내비게이션에 젖은 사람들이 기계에서 벗어나 길 따라 떠나는 아날로그감성의 여행이다.

청주시 수동에 설치된 상당산성과 국립청주박물관을 가리키는 차량유도표지판 /육성준 기자

이 여행의 이정표가 관광유도표지판이다. 하지만 찾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변동이 없다. 내비게이션만 보면 만사형통인데 누가 표지판을 유심히 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정표인 관광표지판을 한데 모은 사이트를 개설했다.

2013년 말에 만들어졌지만 시행착오를 겪고 올해부터 관광안내표지 관리시스템을 정비했다. 홈페이지(http://www.toursign.kr)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이트에 따르면 전국에는 현재 1만 7095개의 관광안내표지가 있다. 관광안내표지는 관광시설의 위치와 교통노선 등을 안내하는 종합가이드라인인 종합관광안내표지, 방향을 안내하는 관광유도표지판, 명칭을 적어놓은 관광명칭표지판 그리고 이용방법을 안내하는 관광해설표지판이 있다. 이중 66%인 1만 1316개는 관광유도표지판이다.

 

청주에는 얼마나?

현재 청주시가 관리하는 관광유도표지판은 수암골,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 청주민속옹기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 청주백제유물전시관, 명암유원지 등이다. 속리산 등 충북의 대표 관광지의 위치를 가리키는 것도 있다.

문체부에서는 총 48개라고 명시하지만 청주시 관계자는 정확한 자료가 아니라고 말한다. “청주 청원 통합이후 생긴 사설 안내판 등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통합 2년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숫자가 없다는 것.

하지만 그런 사정을 고려해도 청주는 가볼만한 곳에 비해 관광유도표지판이 상당히 적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하는 청주여행지만 해도 가로수길, 중앙공원의 충청병마절도사영문, 신채호사당, 청주동물원, 미동산수목원, 청주 연꽃마을 등 다양하지만 이들을 설명할 관광유도표지판은 없다. 뿐만 아니라 지역 미술관, 민간 관광시설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없다.

반면 다른 지자체는 민간 미술관들도 관광유도표지판에서 안내한다. 그렇다면 설립요건에 문제가 있을까? 전국의 관광안내표지판의 현황을 관리하고 있는 문체부 관광기반과 관계자는 “관광유도표지판을 세우는 데는 세부적으로 정해진 요건은 없다 지자체예산과 교부금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관광유도표지판을 세우는데 지자체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청주는 이 표지판을 세우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사직동에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나신종 관장은 “몇 해 전 청주시의 허가를 받고 미술관 진입로에 관광유도표지판을 세웠다. 하지만 도로교통표지판을 정리하면서 청주시가 표지판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을 알리기 위해 사비를 들여 2곳에 표지판을 설치하고 1년에 한 번씩 사용료도 납부했다. 하지만 청주시가 전국체전을 진행하며 표지판을 철거했고 그 이후로 몇 번 다시 세우려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다른 지자체는 민간 미술관들도 표지판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청주는 불가능하다”며 청주시에 몇 번이나 문제제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안내표지판을 세우기 위해서는 공공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다”는 입장이다. 미술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곳이 아닌 것인가? 이에 대한 해석의 정도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충남 서천군에서 지난 1월 진행한 ‘아픈 갈색표지판을 찾습니다’ 캠페인

전국은 문화시설 조성열풍

현재 법에서는 관광유도표지판을 세우기 위해서는 공원이나 안내지, 문화재 등의 요건이 따른다. 이 요건에 충족하려면 청주에는 관광지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해석이다. 청주시가 미술관등 사설시설에 대해 관광안내에 엄격한 사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1500여개의 관광유도표지판이 생겼다. 새롭게 조성된 관광시설이 대다수다.

관광유도표지판으로 오래된 관광지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지자체도 있다. 정선군은 관내의 천년고찰인 정암사와 수령 1400년 된 두위봉 등산로의 주목, 그리고 정선에 조성된 한 리조트의 명상쉼터까지 코스를 이어 ‘무병장수 건강코스’라고 이름 붙였다. 강릉시는 허난설헌 기념관부터 김시습생가, 오죽헌까지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었다. 기존의 관광지들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하나로 묶은 것.

한국에 10여년 거주한 다니엘 매튜(44)씨는 “다른 도심들에 비해 청주는 문화재 설명이 잘 안 돼 있다”며 “청주예술의전당과 인근 등산로도 걸어서 볼만한 문화요소들이 많은 데 이를 설명하는 시설물은 없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현황 파악이 잘 안되다 보니 정비도 미흡하다. 충남 서천군은 충청지역에는 처음으로 표지판정비를 캠페인으로 진행했다. 올 초 진행한 ‘지역의 아픈 갈색표지판을 찾습니다’ 캠페인은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지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천군 한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 혼자서 넓은 지역을 관할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러 제보를 받을 계획이다”며 “또한 새로 생기는 문화시설을 알리기 위해 관광유도표지판을 적극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서천군 홈페이지에는 관광유도게시판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지만, 청주시 홈페이지에는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청주시민들은 청주가 갈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찾아보면 요소요소 얘깃거리를 갖고 있는 곳들이 있다. 다만 이를 설명하는 방법과 시도가 없었을 뿐이다. 민선 7기 청주시는 문화도시 청주를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손쉽게 개선할 수 있는 이런 문제점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