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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물조사 불응이 답은 아니야조사거부 시 예외조항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존재
주민 모두가 권리 외치지 않으면 보호받을 방법 없어

청주TP에 사는 L씨의 가족은 지난 TP 1차 개발 사업이후로 뿔뿔이 흩어졌다. 부모님은 동네에 남고 그와 가족들은 시내로 이사 나왔다. 그는 “2015년 쯤 산단 조성사업 때 좋은 가격에 보상해준다는 말에 어머니가 청주TP에 가서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이후 보상가격이 나온 것을 보니까 1㎡에 263,667원이었다. 당시 시세의 3분의 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L씨는 행정사에게 문의해 청주TP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땅을 팔겠다는 도장을 찍은 후여서 다투는 것은 거의 무의미했다. 결국 지지부진 한 논의 끝에 1㎡에 270,200원에 보상가가 결정됐다.

그는 “도장을 안 찍었어야 했는데 찍어서 다퉈볼 여력이 없었다. 이번 개발계획에도 문암동에 땅이 포함된다. 그동안 공시지가도 거의 안 오르고 거래도 거의 없는 지역이어서 지난번이랑 비슷한 가격에 수용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머니 말로는 동네에서 친했던 사람이 도장 찍으라고 돌아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장을 찍지 않았다. 편입되더라도 끝까지 버텨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토지를 가진 주민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흥세 강서2동 주민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청주TP와 청주시청에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발송했다. 현시가보상과 이주자대체용지·영업보상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시지를 통해 주민대책위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이 올 때까지 모든 지장물 조사와 토지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무기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장물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주민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을 위해 끝까지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지장물 조사 진행 중

지장물 조사는 토지에 있는 건물·공작물·시설·농작물 등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직접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조사하는 것이다. 지장물 조사가 끝나고 물건조서, 토지조서가 작성되면 보상액이 산정되고 협의 등을 거치게 된다.

그렇게 해서 1차 협의 보상금액이 나오게 된다. 만약 이에 불응하면 2차로 수용재결보상금, 3차로 이의재결보상금, 4차로 법원산정보상금 순으로 진행된다. 토지소유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1차 협의보상금이다. 마지막 재판까지 가더라도 통상 10%정도 증액되기 쉽지 않다.

변호사 P씨는 “지장물 조사를 반대하는 것이 능사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몇몇 사업들에서 지장물 조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법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한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사업의 경우에는 주민들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자 조사거부 등의 이유로 건축물관리대장 등에 기재한 내용으로 보상계획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중개인 L씨는 “그 지역은 토지 보상을 할 때 주민들이 응하지 않자 드론을 날려 사진을 찍고 증빙자료로 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근거로 물건조서를 작성하고 이의신청을 받으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다. 만약 50%이상 협의취득해서 수용재결 절차로 가버리면 공탁을 걸어 돈 찾아가라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사천리 사업진행

원칙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해 토지조사와 물건조사를 작성하여 서명·날인 받아야 한다. 하지만 늘 예외 조항이 있다.

지주와 부득이한 사정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항공사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변호사 P씨는 “무조건 불응하면 예외조항으로 인해 주민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업이 더 빨리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청주TP 1차 개발 때는 그렇지 않았음에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차 개발 당시 청주시는 공고(2014-321)를 통해 보상협의에 들어갔다. 기간은 약 한 달이었다.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용재결절차를 밟았다.

변호사 P씨는 “당시 주민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상절차가 너무 빨리 진행됐다. 얼마 전 평택시의 공공사업은 공고가 나고 수용재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 보통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택시의 공공사업은 감정평가사를 공모하고 법무사를 선정하는 등 과정을 공모를 통해 진행했다.

하지만 청주TP 개발사업은 그런 과정이 없었다. 주민 A씨는 “1차 때 제대로 보상받았다는 주민은 찾기 힘들다. 몇몇 사람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 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서명한 것을 후회하는 주민도 상당수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주민들은 대책위 활동에 귀 기울이고 있다. 고시가 끝났고 이제는 주민들이 더 뭉칠 때다. 대책위에서 법무법인까지 선임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데 제대로 진행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주민들은 1차 때처럼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권영석 기자  softkw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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