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친절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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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친절해진 이유
  • 이병주 ㈜더밸류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4.2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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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카카오T 등의 플랫폼이 서비스 품질 좋아지게 만들어

예전에 비 오는 날 뉴욕에서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비 오는 날 뉴욕에서 택시 잡기가 얼마나 악명 높았으면, 행동경제학자들이 연구 주제로 삼을 정도였다. 칼텍의 저명한 교수인 콜린 캐머러(Colin Camerer)가 아이디어를 내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등이 참여해서 이 주제에 매달렸다. 뉴욕에서 일하는 택시 3000대의 미터기 자료를 받아 날씨 자료와 매칭해 일일이 분석한 후, 사람들이 몰랐던 이유를 밝혀냈다.

비 오는 날 뉴욕에 택시가 없는 게,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실제로 택시가 줄어들었다. 택시 타는 사람이 많아져 택시 기사들이 하루 목표 수입을 쉽게 올리고 일찍 귀가하기 때문이다. 캐머러 교수의 설명이다. “150달러가 하루 목표고, 시간당 15달러를 번다면 10시간을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은 시간당 수입이 25달러까지 올라가므로 6시간만 일하고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언뜻 생각하기에 비가 오면 단시간에 수입이 많아지고, 그러니 하루 바싹 일해서 며칠 벌이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초보 기사의 행태다. 오래 운전하면 대부분 하루 목표 기준으로 일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설령 손님이 없을 때 새벽까지 일하더라도 이게 더 낫다. 손님이 많을 때 많이 일해서 돈을 비축해 놓고 없을 때 덜 버는 식으로 일하면, 수입의 많고 적음을 관리해야 하고 시간 대비 수입, 주간이나 월간 단위의 노동의 할당 등 관리해야 할 게 너무 많아진다. 베테랑 기사들은 이렇게 일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피곤함을 깨닫게 된다.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과의 파버(Henry Farber) 교수는 비 오는 날 뉴욕에 택시가 줄어든 이유를 더 정교하게 연구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에서 운행된 모든 택시 기록을 정리했더니, 실제로 비 오는 날 택시가 줄어들었다. 평소보다 7%나 줄어들었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이 집으로 돌아간 이유가 원하는 목표 금액을 달성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운전하기가 싫은 이유도 있었다. 비가 오면 뉴욕은 교통지옥이 되므로 운전까지 힘드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실현한 것

그런데 이건 옛날 얘기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우버가 그렇게 만들었다. 비 오는 날처럼 수요가 많을 때는 우버 드라이버가 더 많이 나온다. 심지어 선택요금제를 활용해 웃돈을 얹어 받을 수 있어서 비 오는 날에는 우버로 손님을 받을 유인이 더 생긴다. 경제전문 미디어 블룸버그는 우버 서비스로 인해 비 오는 날 뉴욕의 택시 문제가 과거보다 해결됐고, 향후 자율주행 택시가 나오면 이 문제가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택시 서비스가 좋아진 건 뉴욕만은 아니다. 데이터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10년 전에 비해 택시가 훨씬 친절해졌다. 예전에는 험상궂거나 찌푸린 인상으로 손님을 대하는 기사를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택시업계에서 서비스 교육에 성공했다기보다, 카카오T 같은 앱의 영향이 크다.

거리에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던 시절, 택시 기사 입장에서 손님은 한 번 보고 말 사람이었다. 굳이 모든 손님에게 친절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었다. 하지만 택시 연결 앱을 활용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서비스가 기록에 남고, 그걸 손님들이 계속 볼 수 있으므로, 손님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손님의 피드백을 받다 보면 친절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시간이 지나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게 된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연결된 상황에서, 많은 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면서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공급자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으므로, 고객의 니즈를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고객 입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게 된다.

비 오는 날 뉴욕에서 택시가 줄어든 이유는 순전히 택시기사의 사정 때문이었다. 목표 수입을 빨리 달성하거나 운전이 불편해서 일찍 철수한 것이다. 바로 공급자와 소비자가 단절돼서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연결된 상태에서는 공급자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간 수많은 기업에서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라고 그렇게 강조했음에도 실행은 쉽지 않았다. 의식개혁으로도 어렵던 고객가치 혁신이 디지털 기술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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