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없는 의정비 인상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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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없는 의정비 인상 ‘혼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10.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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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4601만원·괴산군 4240만원·진천군 3500만원 잠정결정
일반인들 “유급제 이후 나아진 것 없다”에 의원들 “좋아졌다”
정부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15조 2에 의거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의정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는 그 지자체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선거권자 중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으로부터 추천받은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 인사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은 각 5인씩 추천한다.

   
 
  ▲ 의정비에 관한한 일반인과 의원들간에는 좁힐 수 없는 인식차가 존재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도의회 의원들./ 사진=육성준기자  
 
충북도 의정비심의위원회에는 유철웅 충북발전연구소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학계에서 이장희 극동정보대 사회복지비서행정과 교수·송재석 세명대 행정학과 교수, 법조계에서 안병근 변호사·양기원 변호사, 언론계에서 박상용 청주 CBS 보도제작국장·강신욱 충북일보 정치부장, 시민단체에서 박계화 충북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여했다.

그리고 청주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인 박영수 청주문화원장을 비롯 학계에서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김혜란 주성대 행정학과 교수, 법조계에서 류성룡 변호사·임헌정 변호사, 언론계에서 임해훈 CJB청주방송 기자, 강종수 중부매일 기자, 시민단체에서 김동연 청주예총회장, 서외화 대한어머니회 청주시지회장·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학계에서 2명, 법조계에서 2명, 언론계에서 2명, 시민단체에서 4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과 의원간의 간극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표했다. “온건한 시민단체가 참여한 자치단체는 의정비가 대체로 높게 책정된 반면, 강경한 시민단체가 참여한 자치단체는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이야기가 떠도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쨌든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다. 그래서 항간에는 의장은 의회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추천하는 반면 자치단체장은 비판적인 인사들을 추천한다는 말도 있다.

2007년도 광역의회의 평균 연봉액은 4,683만원, 시의회 2,922만원, 군의회는 2,459만원 이었다. 그런데 충북도의회는 3,996만원, 청주시의회는 2820만원이었다. 증평군의회는 유급화 이전 2,120만원보다 감소한 1,920만원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증평군의회는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충북도내 지방의회 의정비는 전체적으로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의 불만이 매우 높았다.

올해 잠정결정된 의정비를 보면 서울시가 동결을 시켰음에도 가장 높다. 광역의회는 대체로 4000~6000만원대, 기초의회는 3000~5000만원에 분포돼 있다. 서울 강남구만이 4,236만원으로 확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청회나 주민여론조사를 거칠 예정이어서 현재까지는 잠정금액이다. 재정자립도도 낮고 군세도 크지 않은 인천시 옹진군에서 131%를 인상해 5,328만원으로 잠정결정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곳은 거의 광역의회와 맞먹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충북도내에서는 충북도가 4,601만원, 괴산군이 4,240만원, 진천군이 3,500만원으로 잠정결정했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다.

한 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충북참여연대가 일반인 500명, 지방의원 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양측간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유급제 시행 이후 지방의회 활동이 별 차이 없다(81.6%)고 본 반면 의원들은 좋아졌다(81.0%)고 보고 있었다. 또 일반인들은 광역의회 의정비가 4000~4500만원이 적당하다(76.8%)고 생각하나 의원들은 5500~6000만원에 가장 많은 답(45.5%)을 했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기초의회 의정비로 3000~3500만원(80.9%)을 들었으나 의원들은 4000~4500만원에 가장 많은 사람(33.3%)들이 의견을 표시했다. 일반인들과 의원들 간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사전 조치 이행 돼야”
지역의 모 인사는 “유급제의 취지를 살려 의원들에게 돈 걱정 안하고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연봉을 줘야 하지만, 그러려면 사전조치가 이행돼야 한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상태에서는 의정비를 인상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얼마전에도 제천시의원들이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고, 이권에 개입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가. 겸직금지를 법에 명문화하고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토대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또 윤리위원회를 강화해 잘못했을 때는 엄하게 다스리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개혁안을 만든 뒤 의정비 인상에 대해 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상태에서는 의정비 인상이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헌석 서원대 법학과 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의정비를 인상할 것인가 논의한 뒤 합의가 되면 얼마로 할 것인가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빠져 있다. 그래서 시민들이 의정비 인상 이야기만 나오면 왜 올려주느냐고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합의과정이 없는 의정비 인상은 매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년에도 아마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충북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잠정 금액을 가지고 인터넷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오는 24일 공청회를 열어 금액을 확정짓기로 했다. 그러나 청주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공청회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터넷 여론조사도 금액을 잠정 결정하기 전에 실시해 위원회가 결정한 금액에 대해 여론을 들어보는 길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일부 위원들은 공청회를 주장했으나 할 필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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