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청사이전 논의, 언제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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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군 청사이전 논의, 언제 마무리될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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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 시장 “내년 본예산에 부지매입비 10억원 세우겠다” 밝혀
오효진 군수 “중앙공원 인근 토지까지 사서 읍성 복원하면 좋을 것”

청원군의 청사 이전 논의가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효진 청원군수는 “시장·군수회의를 할 때 한대수 청주시장에게 현 북문로 청사부지를 매입해달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그럴 때마다 한시장이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말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 14일 이 얘기를 다시 꺼내자 한시장이 내년도 본예산에 10억원을 세우겠다고 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현 군 청사 부지를 놓고 청원군과 청주시간에 ‘사라’ ‘사겠다’는 식으로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말들이 오갔으나, 최근 한시장이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아 과거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청사 이전 논의가 시작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이렇다할 진전사항이 없는 것에 비하면 한시장의 발언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으로 군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군청부지는 청주시의 정체성 살아있는 곳”

만일 청주시에서 군청 부지를 매입한다면 시에서는 청녕각(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09호)을 복원하고 이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군수는 “아예 중앙공원 인근 토지까지 사서 중앙공원과 군청 부지를 모두 합친 공간에 청주읍성을 복원한다면 청계천 복원 못지않은 멋있는 계획이 될 것”이라며 “군청 부지는 청주시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곳이다. 군청 입구에 ‘栗谷先生手植’이라고 율곡선생이 청주목사를 할 때 나무 심은 자리를 나타내주는 표석이 있다. 이 것만 봐도 이곳은 상당히 의미있는 땅이다”고 덧붙였다.

한 때 군에서는 충북도측에 이 부지를 매입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으나 도에서 충북지방경찰청 이전으로 사무실 공간이 남는데다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는 후문이다. 북문로 군청 부지의 매입 가격에 대해 군에서 예상하는 금액은 100∼150억. 군에서 청사를 짓게 되면 300억원 가량을 예측하지만 장기저리로 정부 금고에서 빌려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군 공무원들은 사무실 공간과 주차장의 협소를 들고 있다. 청녕각이 문화재라서 신축과 증축이 어려워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대지면적 1854평, 건물연면적 2350평으로 사무실 공간이 좁고 주차장 또한 연일 300대의 차가 드나드는데 주차면수는 50면에 불과, 불편이 극에 달했다고 공무원들은 하소연했다. 실제 차를 가지고 군청에 들어가는 것을 웬만해서 엄두도 못낼 정도로 요즘 주차난이 심각하다. 그러나 청사가 시내 한복판에 있는 관계로 넓힐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시·군통합 얘기가 걸림돌?

이런 점 외에 오군수는 청원군민들의 구심점, 군민들을 하나로 모을 중심타운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 청사가 청주시에 위치해 있어 군 행정수행에 어려움이 있는데 군에 중심타운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군 공무원의 90%가 청주시에 거주하는 관계로 군민들의 가려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군청이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면 공무원 아파트를 싸게 분양하고 주변에 어린이집과 학교도 건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는 오군수는 군청을 중심으로 하나의 타운을 형성할 뜻을 비쳤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공무원, 군의원, 주민 대표 10∼20명을 모아 추진위원회를 구성 후보지 선정 등을 논의한다는 것. 군에서는 후보지 단일화가 안될 경우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현재 군 청사 건립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으로는 내수, 남일, 남이, 오창면이 있는데 남일면에서는 벌써 군청사유치추진위까지 구성됐다는 후문이다.

한편 청주시가 군 청사부지 매입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주변에서는 청주시·청원군 통합 이야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주시에서는 ‘시·군통합이 되면 현 군청 부지가 청주시 재산이 될 텐데 뭐하러 비싼 돈 들여 사느냐’라는 의견들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지방자치시대에 누가 통합을 하겠는가. 군민들이 원하면 가능하지만 군민들도 이제는 청주시와 살림을 합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현 부지 매각과 관계없이 청사 이전을 먼저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군민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청녕각은 숨쉬고 싶다’

“건물 비어있고, 음지에 있어 급격히 썩어가"

청주목의 동헌, 청녕각이 숨도 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청원군청 뒤에 바짝 붙어 날이 갈수록 훼손되는 청녕각 보전을 위해 청사 이전을 주장해 왔다. 동헌은 조선시대 청주목을 다스리던 목사의 집무실이었다. 영조 때는 근민헌이라고 했다가 고종 5년에 목사 이덕수가 중건하면서 청녕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청주목 관아의 중심이었던 이 곳은 낮은 기단 위에 화강석 주초석을 놓고 두리기둥을 세운 정면 7칸, 측면 4칸의 단층 팔작 기와지붕으로 구성돼 있다.

청녕각 앞 표지판에는 “이 건물은 조선시대 후기의 지방 관아건축을 잘 보여줘 청주읍성안의 관아건물 가운데 충청도 병마절도사영문과 함께 당시 위치에 그대로 보존된 중요한 건물”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박상일 청주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경복궁의 중심건물이 근정전이라면 청주목의 중심건물은 동헌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녕각은 청주역사의 중심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곳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청원군청이 이전하고 망선루를 원래의 자리인 그 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청원군에서 청녕각 복원에 앞서 전문가집단에 의뢰, 실측한 결과 내부가 상당히 심하게 부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규상 청원군 문화공보실 문화관광 담당은 “당시에도 청녕각의 상태가 좋지 않아 다른데로 이전하거나, 어렵다면 군 청사 전면에 내세우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원형을 복원한다고 그대로 둘 경우 심하게 부식될 수도 있다. 이 건물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음지에 있어 급격하게 썩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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