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국회 특위 무산, 이젠 정치권에 대한 선전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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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국회 특위 무산, 이젠 정치권에 대한 선전포고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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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 특위무산, 안이한 대처 화근
설득 홍보 한계, “행동으로 보여 줄때”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위원회 구성이 무산됨으로써 충청권의 공분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전국의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 대표자회의는 25일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만약 지방살리기 3대특별법이 무산될 경우 한나라당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충청권 광역의회도 의원들의 삭발결의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직격탄이 가해지는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특위무산은 이미 예견됐다. 충청권이 그동안 범대위를 구성, 특별법 통과를 위한 연대활동에 전력했지만 결국 안이한 대처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충청리뷰는 국회의 의결이 있던 11월 21일 훨씬 이전인 11월 8일자 발행호(304호)를 통해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정치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기획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의 취지는 이미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극도의 적색경보가 켜져 있음을 인식, 충청권의 대응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젠 설득과 홍보만으로는 한계라는 점을 지적한 후 정치권에 대한 범충청권 차원의 ‘선언(宣言)’을 촉구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국회와 정당을 찾아 사정하며 매달리는 방법은 이미 약발이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전후로 한나라당 신경식의원(청원) 등이 ‘의원직 사퇴 및 탈당불사’로 배수진을 치고 특별법 통과를 당론으로 정하지 못하는 중앙당의 발상전환을 촉구했지만 되레 ‘정치적 액션’ 쯤으로 치부된 것도 범충청권이 문제의 ‘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25일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의 대 한나라당 선전포고와 충청권 의원들의 당무거부는 사실 이 때 단행됐어야 했다. 지방분권운동 충북본부의 한 관계자도 “막상 일이 벌어지니까 아쉬움이 많다. 정치권에 대해 확실한 압박용 카드를 제시할 필요성은 이미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대전 충남북 광역자치단체의 합의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미처 구체적 행동에는 못 미쳤다”고 밝혔다.

투표 불참 열린우리당도 문제
여야 3당 총무가 특위구성을 합의하고도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모두 179명의 국회의원이 출석, 찬성 84명 반대 70명 기권 25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비록 한나라당이 반대의원의 절대다수인 50명을 차지했지만 18명이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주장처럼 기껏 특별법 통과를 당론으로 정하고도 당 수뇌부를 비롯 무려 20여명의 소속의원이 투표에 불참한 열린우리당도 할말이 없다.

특히 의결이 있던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극렬반대파로 분류된 한나라당 김광원의원(경북 봉화 울진)이 예정에 없던 발언권을 얻어 반대논리를 신랄하게 설파케 한 것은 악수(惡手)중에 악수로 꼽힌다. 의결정족수에 미달된 6표가 이 때 날라갔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한나라당이 책임을 지고 이를 막았어야 했다.

국회 특위 무산으로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는 바람에 특별법 제정은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 오히려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진단도 나오지만 지역구 민심을 살펴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국회의원들로서야 계속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특히 정치권에 암운을 드리우는 특검정국은 행정수도 특별법을 학수고대하는 충청권을 되레 옥죄고 있다. 국회공전이 걱정되는 것이다. 수도권의 반대움직임도 충청권의 반발에 비례해 노골화되는 추세다. 수도권은 재정적 뒷받침을 무기(?)로 중앙일간지에 행정수도 반대논리를 펴는 광고까지 싣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 건설교통위소속 의원중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의원 대부분이 21일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전체 25명의 건교위 의원중 적극 반대로 분류된 한나라당 김광원 김학송(경남 진해) 윤두환의원(울산 북)이 반대표를 던졌고, 유보 입장을 취했던 임인배(경북 김천) 도종이(부산진 을) 박승국(대구북 갑) 안경률(부산 해운대 기장을) 이윤수(경기 성남수정) 박명환(서울마포 갑) 서상섭(인천 중 동 옹진) 이해봉(대구 달서을) 조정무의원(경기 남양주)도 투표에서 비토 내지 기권했다. <별도 명단 참조> 이중 이윤수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동안 충청권 방문단에게 찬성의사를 보였던 이희규의원(경기 이천)도 반대표를 던져 정치인의 말은 결코 믿을게 못됨을 입증했다.

 행정수도특별법 통과 방법은 무엇인가

논란확산 막고 회기내 처리 강공법 택해야…

신행정수도 특위구성을 무산시킨 한나라당이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을 개별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러나 25일 한나라당에 대한 전국 지방분권국민운동 본부의 ‘응징 발언’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심사가 더욱 복잡해졌다. 당초 한나라당 행정개혁.지방분권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득)는 3대 개혁특별법안중 지방분권특별법만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에 처리하고 파문을 던진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은 연내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은 사실상 연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지방의 반발을 샀다. 결국 개별처리하겠다는 의지인데 이는 일괄 입법을 주장하는 충청권등 지방의 의사에 그대로 반하는 것이다.

“빨리 행동강령을 내세워라”
정치권에선 이들 3대 입법안을 통괄하는 특위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제기하지만 국회의 촉박한 일정상 또 다시 야당의 지연술에 악용될 소지가 커 지방분권운동본부가 전면 반박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3대 법안에 대해 회기내 즉각적인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수도 특별법은 25일 다시 건교위 법안심사소위로 넘겨져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총체적인 반발에 부딪친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꿈으로써 일단 상임위 통과는 가능할 것같은 분위기다. 특위무산이 오히려 법제정에 전화위복이 됐다는 성급한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도 부담은 크다. 건교위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공략해야 할 판인데 현재의 격앙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일부 의원의 경우 법안심사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특별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자세 전환은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의 재의에 대비한 여론 물타기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설령 건교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본회의 의결에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한 또 어떤 반란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안전판은 각 당의 통과의지를 공론화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정당이 책임지고 이탈표를 막게 하기 위해선 다시 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집중화시키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물론 특위 재구성문제에 대해선 각 당이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 특검법 거부로 조성된 안개정국이 특별법의 전도를 또 어둡게 하고 있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도 충청권으로선 정치권에 대한 확실한 ‘압력’ 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 25일 전국의 지방분권운동본부가 한나라당을 직접 겨냥해 총선응징을 공표한 것이나,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와 광역의회의 집단반발, 27일 대전 충남 충북의 주요인사가 비상시국회의를 개최,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상 막상 의결권을 쥔 국회의원과 정당을 압박하는 방법, 즉 선전포고 이상의 대책이 없는 것이다. 정당 스스로 특별법 제정을 책임지게 하려면 더 늦기전에 총선응징에 따른 구체적 ‘행동강령’을 내세워야 한다.

21일 국회 본회의 특위구성안 투표결과

▶반대의원
-한나라당: 장광근 임인배 이해봉 오세훈 박혁규 홍문종 최병국 정문화 이상배 김용균 이상희 권영세 박근혜 김진재 윤두환 서상섭 조정무 이방호 강성구 정병국 도종이 안경률 김광원 박재욱 이성현 권태망 엄호성 박명환 권철현 강신성일 고흥길 정형근 김문수 박종희 민봉기 임진출 김원길 전용원 심재철 이규택 박시균 박원홍 맹형규 박주천 이재창 목요상 김기배 김용갑 서정화 정창화
-민주당: 박상희 박병윤 박인상 송훈석 유재규 최영희 이훈평 최선영 장성원 박종우 유용태 장태완 이윤수 김옥두 김성순 이희규 김운용 최명헌
-교섭단체 외: 안동선 정몽준

▶기권의원
-김정부(한) 홍준표(한) 이근진(한) 손희정(한) 안택수(한) 정범구(무) 신현태(한) 전재희(한) 김학송(한) 최연희(한) 박헌기(한) 이정일(민) 심재권(민) 고진부(민) 김경천(민) 이원창(한) 박승국(한) 구종태(민) 정철기(민) 황우여(한) 김충조(민) 장재식(민) 이경재(한) 김덕룡(한) 박관용(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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