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아웅” 총선 후보들의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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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아웅” 총선 후보들의 산악회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1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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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친목도모, 목적은 표, 후진성 동원정치 산물

지난 3일 청주 모 산악회의 12월 정기산행도중 60대 노인이 부상을 입고 뇌수술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산악회는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지역인사의 실제적인 사조직으로, 이날 부상당한 이모씨(66. 청원 옥산)는 산악회에서 제공한 점심을 먹으려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뇌를 크게 다쳤다. 그러나 이 사건은 며칠 뒤에나 알려졌고, 사후처리를 놓고 주최측의 도덕성시비를 일으켰다. 행사 주최측이 출마예상자와의 관련성을 차단하려다가 되레 역풍을 맞은 것이다. 충청리뷰 홈페이지에도 비난 글이 쇄도했다. 물론 주최측은 경쟁후보측에서 악의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역비판을 제기했다.

총선과 산악회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선거철만 되면 으레 기승을 부리는게 산악회다. 내년 총선 출마예상자들도 거의 예외없이 각종 명의의 산악회를 가동시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출마예상자들이 운영하는 이런 산악회는 다름아닌 사조직이다. 사조직 구성과 운영을 금지하는 선거법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산악회는 각종 기교(?)를 동원, 후보자 지지세 확산을 위한 이른바 ‘전진기지’로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산악회 문제에 있어선 선관위도 눈뜬 장님이다. 외형상으로 산악회는 특정 후보자와는 무관한 별도의 조직으로 움직이고, 운영도 회원이나 참가자들의 경비갹출로 이루어진다. 내 돈을 내서 내발로 등산하겠다는데 선관위에서도 할말이 없는 것이다.

캠프의 비밀지원이 문제
그러나 그 내부의 노하우(?)에 접근하면 산악회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산악회가 움직일 때마다 선관위 직원들이 코를 잔뜩 세우지만 ‘먹이감’을 사냥하기란 쉽지가 않다. 선관위는 현장을 잡기 위해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를 아예 위장 탑승시키기도 한다.

출마예상자들이 운영하는 산악회는 대개 평일을 택한다. 주말이나 휴일엔 인원동원이 어렵고 각종 교통사정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참가자 대부분이 노령자 혹은 부녀자들로, 당연히 안전문제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실제로 현재 운영되는 산악회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안전과 경비문제다. 캠프의 자체인력을 가동하는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대안으로 모색되는 것이 여행자보험이다. 한번 여행을 갈 때마다 회원이나 참가자들은 대개 1만원의 비용을 부담한다. 산악회는 통상 이 1만원 내에서 여행자보험료까지 해결하는데 1인당 적게는 300원~500원, 많게는 2000원 내외로 책정된다. 사고시 이 보험액에 따라 최소 200만~300만원대에서 최고 억대의 치료, 사망 보상금을 받게 되는데 보험사에선 이런 여행자보험을 ‘큰 돈은 안 되지만 쏠쏠한 상품’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참가자들이 내는 1만원의 경비에 있다. 이 돈으로 하루 ‘유희’를 사기엔 적당할 수도 있고, 턱없이 부족할수도 있다. 단체로 주문해 도시락의 단가를 아무리 낮춰도 장거리일 경우 1만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후보 캠프측에서 비밀리에 경비지원을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관계의 말을 들어 보자.

합법을 가장한 똑 떨어지는 불법
“솔직히 말해 1만원 가지고 요즘 어딜 갈 수 있나. 청주 사람들이 바로 인근의 우암산에 간다면 몰라도... 산행할 때마다 미리 참가자들의 신청을 받지만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출발 당일 경비를 받다보면 못 받는 것도 허다하고 어느땐 깎아주기도 한다. 1만원 경비는 명목상일 뿐이고 실제로는 캠프측으로부터 일정액의 경비지원이 이루어진다. 간혹 경비가 많이 들 경우 참가자들로부터 추가 회비를 받기도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여행자보험 역시 캠프에서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도 장부처리는 산악회에서 회비와 참가비로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한다. 말이 장부이지 단순히 얼마 들어와 얼마 썼다 이런 식이다. 선관위가 의지만 있다면 이런 탈법을 밝힐 수도 있지만 참가자들을 일일이 조사하는 일종의 탐문수사 기법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상 접근이 어려운 것이다. 인원 동원이 지역별 동책에 할당될 경우 마구잡이 모집경쟁으로 당일 인원체크하기도 어려워 되돌아올 때 몇 명을 떼어 놓고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산악회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한번은 강원도로 갔다가 두명을 떼놓고 버스가 출발하는 바람에 따로 택시로 후송(?)한 사례도 있다. 여행자보험은 행사 전날에 참가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보험사측에 통보해야 가능한데 모집 자체가 이런식이다 보니 어느땐 무시할 수 밖에 없다. 설마 했다가 사고를 당하면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결국 산악회 운영의 탈법은 바로 1만원에 있다. 총선 후보 캠프에선 1만원의 가치가 고무줄처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엄밀히 말해 산악회 운영은 합법을 가장한 똑 떨어지는 불법이다.”

=청주권 출마예상자별 산악회 현황(가나다순)=
·상당구
  이름            정당             산악회
김진호          한나라당         한길산악회
윤의권          한나라당         미래산악회
홍재형         열린우리당        홍우산악회
·흥덕구
김준환          한나라당         한빛산악회
노영민         열린우리당        영우산악회
윤경식          한나라당         청풍산악회
최현호           자민련          미래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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