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는 병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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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는 병들어 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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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의 도시이미지와 경관’ 세미나서 지적

우리나라 도시 문제 적나라하게 비판, “도시경관 문화운동 필요”“오늘의 한국도시는 병들어 있다. 대도시는 신음 소리를 내고, 중도시는 안간힘을 쓰고 있고, 소도시는 정신 나간 사람같이 보인다. 오로지 희망이 있다면 몇 안되는 ‘읍’을 들 수 있다. 아직도 끊임없는 대도시로의 인구이동, 자연생태학적인 공황, 여기저기 나타나는 사회적인 갈등, 방향조정이 어려운 뿌리없는 도시,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대의 도시계획에서는 새로운 요구조건을 찾아내야 한다.”

지난 4일 충북지역사회연구회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주최한 ‘청주시의 도시이미지와 경관’이라는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 도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 관심을 모았다. 이 날 기조발제와 주제발표를 한 문정희(한양대 도시공학과)·김승환(충북대 국어교육과)·홍성태(상지대 교양과)·황재훈(충북대 도시공학과)교수는 하나같이 엉망인 우리의 도시 모습을 비판했다.

유럽도시, 아름답고 우아

문정희 교수는 우리나라 도시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유럽 도시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하며 고풍스러운가를 말해 참석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프랑스 파리는 중심부로부터 변두리와 연계되어 있는 건축물·공간구조·도로망 등이  영역과 공간이 갖고 있는 독특한 아이텐티티를 함유하고 있고, 로마시는 2000∼3000년의 역사와 문화의 실체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베니스는 자동차 없이 수로로만 다닐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거리를 산책, 물위에 사뿐히 떠있는 ‘신궁’과도 같은 신기루의 도시임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베를린은 도시를 관통하는 시냇물을 중심으로 100여개가 넘는 호수들이 연계돼 있어 ‘가족과 같은 대도시’라는 것.

이어 그는 “청주시내를 둘러 보았는데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가운데 무심천이 흐르며 주변에 과학단지와 공단이 있어 갖출 것은 다 갖춘 도시다. 그러나 1000년 이상 내려온 읍성의 흔적이 없고 외곽에서 도시로 진입하는 입구가 불분명해 상징성이 있는 것으로 설치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황재훈 교수는 청주시 경관유형과 관련 저층 주거지는 무분별한 건축물의 난립으로 경관 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고층 주거지는 획일적인 건축물로 도시 경관의 단순화를 초래하며, 신시가지 경관은 고층과 저층의 부조화로 경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황교수는 “우암산은 청주의 대표적인 자연 경관 요소이며 양호한 경관을 연출하나 최근 무분별한 건축행위로 인한 구릉지의 파괴가 발생했다. 흥덕사지와 가로수길도 경관 양호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수동일대와 주거지의 노후화 및 대학 부근에 무분별한 원룸이 생긴 모충지구, 공단지구는 경관 불량지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간 설계시 청주의 역사 표현돼야”

한편 김승환 교수는 생존의 공간을 설계하고 기획할 때 청주는 청주적 삶의 형식, 청주적 내용, 청주의 역사가 표현되도록 해야 하고 경관의 문제는 지역, 민족·국가, 세계라는 세 요소의 상호교호를 통해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청도 정신의 정통을 공유하고 있는 삶의 공간은 오랜 중앙집권제도하에서 중앙과의 관계로부터 지역적 특성이 규정돼 왔다. 지방이란 종속적 개념은 지역이라는 평등적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울이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헌법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청주는 청주만의 문화적 독자성을 가진 하나의 문화생명체가 되어야 하고 이를 ‘생체문화주의적’ 도시경관의 전망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김교수의 결론은 도시경관 문화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관문화운동은 자본과 기술의 우위에 문화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자본의 원리, 즉 이윤창출의 원리를 강력하게 배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현대경관에서 필요한 것은 민족주체성과 민중지향성을 가지는 것이라며 우리의 경관은 하루바삐 중세의 봉건경관에서 근대의 시민경관으로 이행하여 잃어버린 민족문화적 특징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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