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한디?… 딜레마 빠진 실외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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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한디?… 딜레마 빠진 실외수업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5.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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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운동회, ‘강행’ ‘연기’ 제각각…학부모 의견도 팽팽
도교육청, 교육부 매뉴얼 그대로…지역 특성 반영해야

미세먼지때문에 일선 학교의 실외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학생 건강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실외수업을 중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운동회·체육대회가 집중된 이달 초, 도내 대기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학교는 체육대회 일정을 연기했고, 일부학교는 계획대로 진행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했다. 도내 학교에서는 교육부의 '미세먼지 대응실무매뉴얼'에 따라 실외수업 실시 여부 등을 결정하지만 매뉴얼에 따른 결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예보 신뢰 못해

근본적인 원인은 예보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 대기측정망팀 관계자는 “2015년부터 대국민 예보를 시작했다. 아직 기술적인 면에서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는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 번에 한번은 틀렸다는 뜻이다. 그마저도 황사가 발생하면 예보의 정확도는 60%대로 떨어진다. 그렇다보니 예보와 당일 측정치가 상이하다. 또 농도가 경계선을 오르내리면 1시간 전에 ‘보통’으로 분류된 것이 ‘나쁨’으로 바뀌기도 한다.

지난 1일, 청주지역 초등학교 50곳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학부모가 함께하는 초등학교 특성상 ‘근로자의 날(5월 1일)’이 운동회를 열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대기상태는 야외활동에 부적합한 날이었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 자료(문화동 측정소)에 의하면 당일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81~150㎍/㎥·이하 단위 생략) 수준이었다. 특히 오전 중에는 (9시 131·10시 147·11시 123) '아주 나쁨(151이상)'에 더 가까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청주지역 87개 초등학교 중 53개 학교가 이날 운동회를 계획했지만 결국 3개 학교는 운동회를 연기했다. 9개 학교는 실내에서 진행했고, 41개 학교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각 학교의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해 운동회 강행을 비판하는가 하면, 다수의 학부모들은 현실적 상황을 들어 강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의견을 물어 진행 여부를 결정했는데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미세먼지 위험성 알고 있나?

미세먼지에 따른 실외활동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선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교육청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세부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는 교육부가 정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실무매뉴얼’을 그대로 일선 학교에 당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매뉴얼을 준수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당일 미세먼지 농도 나쁨 이상 시 학교 안전조치를 강화’한 내용의 미세먼지 대응매뉴얼을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이전 매뉴얼에서는 다음날 예보가 나쁨 이상일 경우 예정된 실외수업을 실내수업으로 대체하는 정도였지만 강화된 매뉴얼에서는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게시하고 문자와 가정통신문을 통해 마스크 착용 등교 등 행동요령까지 안내하도록 했다.

이전 매뉴얼에 없던 당일 실시간 ‘나쁨’에 따른 조치도 신설했다. 일선 학교 담당자가 수시로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실외수업을 실내수업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실내수업에 따른 공기질 관리를 위해 물 청소와 공기청정기 가동 등의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도내 학교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실무매뉴얼 사이버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교직원에 대해서는 충북온라인회의시스템과 충북교육인터넷방송을 이용해 사이버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을 했는지, 비상연락망을 구축했는지,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직경 10㎛(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0㎜)이하의 입자로 여러 경로로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미세먼지를 석면·벤젠과 함께 1급발암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코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폐에 직접 들어가 폐질환을 일으키고, 조기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 오옥균 기자 oo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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