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소외받는 시골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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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소외받는 시골학교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5.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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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학교 상당수 실내체육시설 없어 야외수업 강행
학생수 감소, 잠재적 폐교…도교육청 시설투자 ‘난색’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하는 날이 급증하는 가운데 시골학교 초등학생들이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는 체육수업을 실내에서 진행해야 하지만 시골학교에는 실내체육시설이 없어 수업을 미루거나 야외수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는 뾰족한 개선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 등을 이유로 수억원대 신규투자에 난색을 표하는 데다, 정부의 사업비 지원도 지자체의 대응투자를 전제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도내 군 단위 지자체 대부분이 낮은 재정자립도 때문에 대응투자를 약속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질 악화로 실내체육시설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도내 학교의 보유율은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진천군에 위치한 구정초 또한 같은 형편이었지만 문체부 공모에 선정돼, 2018년 착공한다.

빈 교실로 실내체육관 대체

진천군 초평면에 위치한 구정초등학교는 올해 70회 졸업생을 배출한 오래된 학교이다. 긴 역사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교명이 바뀐 것도 여러 번, 통폐합도 겪었다. 한해 졸업생수가 10명을 넘지 못했고, 폐교될까 우려했던 학교이다. 그만그만한 시골학교가 그렇듯이 구정초 또한 실내체육시설이 없다.

청주지역 학교 중에는 수십억원을 들인 전용체육관을 보유한 학교도 있고, 강당 겸용 체육관을 갖춘 학교도 여럿 있다. 공간이 부족한 학교라고 하더라도 탁구대나 운동기구를 구비한 간이체육시설 쯤(?)은 예사로 갖췄다.

하지만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시골학교에서는 언감생심이었다. 구성초 재학생은 총 71명이다. 한때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게 다행이라고 느낄 때도 있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유휴교실이 생겼고, 한 학년이라고 해봐야 10명 안쪽이다 보니 그럭저럭 교실에서도 체육수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미안함 마음을 떨칠 수 없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도교육청도 사정이 딱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유휴교실을 간이체육시설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지만 수년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부담스러운 사업비 때문이다. 적확히 말하면 폐교수순을 밟고 있는 학교에다 최소 수억원이 들어가는 신규시설을 설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구정초에 변화가 찾아왔다. 10명을 넘지 못했던 입학생 수가 지난해 반등한 것이다. 교육과정이 호평을 받으면서 연접한 증평지역 학부모들이 구정초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2016년 18명이 입학했고, 올해는 26명이 입학했다. 이를 발판삼아 지난해 문체부 공모사업에 지원했고, 그토록 바랐던 체육관 설립이 가능해졌다. 15억원이 투입되는 체육관 신설사업비의 50%는 도교육청이 부담한다. 30%는 진천군이 지원하고, 20%는 문체부가 담당한다.

하지만 모든 소규모학교에서 이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감소하는 학생 수도 문제이지만 지자체 ‘대응투자’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정부의 체육시설 지원방식도 발목을 잡는다. 문체부사업은 물론 교육부에 특별교부금을 신청하는 사업도 지자체의 대응투자 확약이 있어야 진행된다. 18억원을 들여 체육관을 짓고 있는 수곡초등학교의 경우도 교육부가 사업비의 80%를, 청주시가 20%를 책임진다.

군단위 지자체 가운데 선뜻 대응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지역은 많지 않다. 진천군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군, 다시 말해 예산 여유가 있는 지자체라 가능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도내 8개 군 가운데 진천군과 음성군, 증평군 정도만 가능한 지역으로 거론된다. 그 밖에 5개 군에 위치한 소규모 시골학교들은 앞으로도 실내체육시설 없이 미세먼지에 대응해야 한다.

가난한 지자체, 발목 잡아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학교 실내체육시설 보급률은 6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이 6m이상, 면적 600㎡이상의 전용체육관은 총 48개로 도시지역에 집중돼 있다. 도내 모든 중·고등학교가 실내체육시설을 갖추고 있고, 청주지역은 초등학교(87개)도 모두 실내체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직도 70개 초등학교에는 실내체육시설이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소규모학교의 경우 유휴교실를 간이체육시설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골지역이 도시지역에 비해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연소와 같은 직접적인 배출요인이 적다는 점 때문이고,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에 의한 영향은 시골지역이라고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시골학교에도 실내체육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오옥균 기자 oo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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