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어디가고 판매장으로 변질됐나
상태바
주제는 어디가고 판매장으로 변질됐나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10.26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미 퇴색된 음성 인삼축제·청결고추축제 행사장 난장판

올해 6년째 열린 음성인삼축제는 중부권 최대 인삼생산지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열리고 있다. 그러나 방향성을 상실하고 싼 가격에 특산품을 판매하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제가 ‘나는 음성인삼이 좋다’인데 행사내용을 보면 가수 축하공연과 뮤지컬 마당극, 국제음악페스티벌 등 주제와 관련된 내용은 찾기 어렵다.

2018 충주우륵문화제

때문에 이달 인삼축제를 찾은 일부 주민들은 단순한 화제성 행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음성주민은 “해마다 축제가 열리지만 축제장에 가보면 시내에서 술판이 벌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심지어 싸우기까지 한다. 인삼축제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상인들도 고충을 털어놓았다. 작황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추진위원회에서 판매가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행사에 지난해 보다 많은 3억 50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개선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군이 축제를 위해 1회 때부터 매년 행사장 주변 응천 300여m에 중장비를 이용해 갈대 및 수초를 걷어내는 것도 주민 불만이다. 행사도 좋지만 환경을 해치고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까지 하면서 행사를 진행했다며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응천에는 다슬기, 미꾸라지, 피라미 등 여러 종류의 물고기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사단법인 환경실천연합회 충북본부 음성지회는 수년 째 관할 읍사무소와 충북도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종료된 제23회 음성청결고추축제도 행사기간 판매된 건고추량이 지난해 기준 6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말이 많다. 판매량 저조가 올 여름 폭염으로 고추가격의 폭등을 우려한 대도시 소비자들이 미리 구입했고, 김장철을 앞두고 가격 하락의 기대심리가 겹치면서 발생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1억 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만은 여전하다.

여기에 고추축제가 설성문화제에 가려 제대로 된 홍보 및 판매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일면서 축제 자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음성군도 이를 인식한 듯 인삼축제와 고추축제 등 그동안 해오던 축제를 전면 재정비할 계획이다. 조병옥 군수는 “다른 지역의 유사한 축제와 차별화가 필요한 축제의 개혁·활성화를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축제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발전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2018 음성인삼축제

또 “협의회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축제를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추진 체계를 과감히 정비하는 것은 물론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해 원점에서 새 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륵문화제 도비 지원 한 푼도 못 받아
충주지역 대표축제인 우륵문화제는 최근 3년 간 도비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도 지정축제 신청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주를 대표하는 축제가 3억원 전액 시비로만 치러지고 있는 것. 대외적 축제 위상을 스스로 포기한 꼴인데 시민들은 시의 이런 행태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북도는 해마다 ‘충청북도 지정축제’를 선정한다. 각 시군의 대표 축제를 평가해 최종 선정된 6개 축제에 도비를 지원하는데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면 7000만 원, 우수축제 5000만 원, 유망축제는 3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는 옥천지용제가 7000만 원, 단양온달축제와 영동포도축제가 5000만 원, 증평인삼골축제와 생거진천농다리축제 등이 각각 3000만 원씩 도비를 받았다. 음성품바축제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모두 최우수 축제로 지정받아 억 단위의 도비를 받았고, 단양온달축제도 우수축제에 연이어 선정됐다. 이들 축제는 자체 예산과 도비를 합쳐 행사를 꾸민다. 충주시는 뒤늦게 우륵문화제를 ‘충청북도 지정축제’에 신청해 도비 확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 어느 정도 지원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축제도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주지역에는 이달에만 충주풍경길축제, 남한강 민물고기 축제, 지현동 사과나무 이야기길 축제, 앙성온천제, 국제무예연무대회, 충주 밤축제 등 축제가 너무 많다. 충주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역 축제가 선심성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차별성과 독창성을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100억 넘게 투입한 물놀이장 ‘무용지물’
올 여름 호수축제가 열렸던 탄금호 주변 물놀이장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선심성’ 이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시는 올 호수축제 예산에 편성된 6억 원과 추경예산 2억 원을 더해 시비 8억 원을 투입했다.

시는 지난 6월 충주호 체험관광지 지정 및 조성계획 승인에 따라 지역 관광활성화를 취지로 중앙탑면 탑평리 일원 6352㎡ 면적에 4개의 풀장과 부대시설을 갖춘 탄금호 물놀이장을 개장했다. 이 물놀이장은 토지구입비와 이주보상금을 포함해 건축비 등 109억 원 상당의 사업비가 투입돼 준공됐다.

하지만 이 물놀이장은 6월 22일 개장으로 8월 20일까지 사용된 이후 현재는 방치되고 있다. 이 물놀이장은 내년 6월이나 돼야 다시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가 이 물놀이장 시설을 1년에 6600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개인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간위탁기간은 올해부터 3년간이다.

시민들은 충주시설관리공단이 있는데도 1년에 6600만 원의 임대료를 받기 위해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시민 김모(45·충주시 교현동) 씨는 “축제도 문제이고, 의혹이 드는 선심성 행정도 큰 문제”라며 “집행부의 감시·견제기능을 갖춘 의회가 큰 금액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한 점 의혹을 갖지 않도록 꼼꼼한 행정감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