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축제, 리허설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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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축제, 리허설만 하고 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10.23 19: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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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내면적 가치 내세운 주제 ‘힐링’, 전달 실패해
그라운드아트 행사장 ‘썰렁’, 이럴거면 거리 왜 막았나

“직지 콘텐츠 못 만들어낸 지역사회도 문제” 지적도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21일간의 긴 여정을 마쳤다. 직지코리아 조직위원회는 관람객이 41만명이라고 밝혔다. 올해 주제는 ‘직지 숲으로의 산책’으로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행사가 펼쳐졌다. 예산은 60억원. 지난 2016년에 국제행사로 승격한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진 이번 행사는 20억원의 늘어난 예산만큼이나 기간도 길어졌다.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21일간의 긴 일정을 마쳤다. 직지의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 사진 조직위 제공

‘직지로드’를 통해 고려활자가 서양의 문명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문제제기를 한 본 전시 외에도 고려저잣거리를 통해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작은 공연무대를 만들어 고려의 옛 모습을 재현하고자 했다. 한석현 작가의 대형 조형물 ‘직지숲’은 청주예술의전당 한 가운데 설치됐다. 직지숲에는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책들과 의자가 배치됐고, 그 앞으로 행사 무대가 마련돼 연일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앉아서 책을 보기는 불편했다. 시민 모 씨는 “그늘도 없는데다 책들은 고물상에서 가져온 것 같다. 이렇게 큰 축제임에도 출판사와 연계 하나도 못하나 싶어 안타까웠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주제가 ‘힐링’인 만큼 힐링체험관이 따로 조성됐다. 이밖에 한국공예관에서는 청주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강익중 씨의 실향민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이 전시됐고, 고인쇄박물관 주차장부터 흥덕로 일부 구간을 막아 ‘그라운드아트’체험행사를 진행했다. 흥덕로 거리에는 애나한 작가가 제작한 조형물들이 상가에 전시됐다. 매일 밤 윤제호 작가의 미디어 퍼포먼스도 직지숲을 배경으로 이뤄졌다.

 

축제 끝난 뒤 혹평 쏟아져

 

이번 축제에 대해 지역의 한 문화기획자는 “직지축제는 솔직히 누가 연출을 맡아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직지에 대해 청주사람들은 다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견해도 표현한다. 하지만 연출 및 디테일에 있어서 이번축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직지축제는 시작한 이후 20년 째 리허설만 하는 느낌이다. 해마다 다른 성격의 축제를 지향했지만 남은 것이 없다. 기록들이 모아지고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60억원의 예산 사용처에 대한 의심도 들려왔다. 조직위는 대행사(KBS아트비전)에 20억원, 홍보비 10억원, 직지숲 나무 조형물 1억 3000만원, 강익중 작가 작업 2억원(6000점 전시작품 기증 조건)등의 예산을 사용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행사 기간이 늘다보니 시설 운영비와 인력 인건비 등이 많이 들었다. 매일 다른 공연무대를 보여주려고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지만 눈에 보이는 행사장 규모를 보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지역이벤트 업체 관계자들은 “고려 저잣거리 행사장도 보면 합판으로 마감을 했고, 힐링산업존의 경우 부스도 몇 개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서울업체에서 진행하다보니 지역 업체들은 참여하지도 못했다. 겉모습만 보면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반발했다.

올해는 힐링이 주제였다. 김관수 총감독은 직지 축제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는 직지가 건네고 싶은 말을 들을 때가 됐다. 직지의 정신을 묻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힐링이다”라고 밝혔다.

힐링이 가장 큰 키워드였지만 결과물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힐링산업존에 참여한 부스들을 보면 터키식 공예품 만들기, 건강 체험관, 사주타로 등등이었다. 팔찌만들기나 볼펜만들기 등이 끼어 있었다. 이번 행사의 경우 모든 공간을 개방했지만 힐링산업존과 본전시를 보려면 입장권을 따로 구매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입장료가 아까웠다”는 말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문화계 인사 모씨는 “솔직히 우리나라의 힐링산업 자체가 별 게 없다보니 결과물이 그런 것 같다. 힐링이라는 말도 이제는 좀 식상하다. 직지와 힐링이 과연 부합하는 것인지도 검증이 안됐다. 직지의 정신적 가치는 자아성찰이라고 본다. 힐링과 직지를 연결짓는 것은 무리수였다”라고 지적했다.

 

‘힐링’과 직지 정신 안 맞아

 

‘힐링’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자 그동안 늘 직지축제에서 빠지지 않았던 인쇄문화에 대한 콘텐츠가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금속활자와 직지, 인쇄문화를 보여주는 행사가 부재했다. 지역민 모 씨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가 가지고 있는 정신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없었다. 미래를 예측할만한 이슈도 없었다. 힐링이 그만큼 중요한 의제인가.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키워드가 감독에게서 툭 튀어나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화기획자 모씨도 “축제를 모두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했다. 고인쇄박물관과 한국공예관, 근현대인쇄전시관에서는 일부 전시행사만 이뤄졌다. 고인쇄박물관에선 실제적으로 아무것도 안했다. 행사의 메인무대가 왜 청주예술의전당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직지특구 주변에 전시장 및 강연장들이 다 마련돼 있는데 왜 엉뚱한 곳에서 행사를 하는가. 본전시 내용이 아무리 좋았다 해도 행사가 끝난 후 다 없어지지 않는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직지축제를 통해 지역사회도 반성해야 한다. 당장 고인쇄박물관의 학예사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직지상을 제정하고, 유네스코기록관을 유치하고 그러한 하드웨어적인 활동 말고 직지의 콘텐츠를 하나라도 만들어냈는가. 결국 직지에 대한 지역의 콘텐츠가 부재하기 때문에 축제에서도 보여줄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관수 총감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지역인사 모 씨는 “전공이 무대 연출인 것 같다. 메인 무대는 성의껏 연출했지만 전체적으로 직지 축제를 맡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결과물이 말해주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체험 행사가 빈약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운천동 시민 모 씨는 “흥덕로 일부 구간을 막고 그라운드 아트 행사가 이뤄졌는데, 사람 자체가 오지 않았다. 그럴 거면 왜 흥덕로를 막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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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돈 들이고, 결국 쓰레기장으로…

‘직지숲’조형물에 1억 3000만원 예산 썼지만 철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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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조형물인 ‘직지숲’은 철거하기로 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예술의 전당 광장에 조성된 폐나무로 만든 대형조형물 ‘직지숲’ 또한 축제 기간 내내 많은 말들을 낳았다. 원래 한석현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생명력을 회복한다. 1년 전에 대부도에 설치한 작가의 작품은 지금도 생존(?)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폐나무에 다시 움이 돋는 것이다.

직지숲 또한 향후 기증을 조건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청주시는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 때 조형물을 4등분해 공원에 배치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안전을 고려해 폐기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1억 3000만원을 들인 조형물은 영영 사라지게 됐다.

반면 강익중 작가의 작품은 2억원을 들여 한국공예관에 설치됐고, 이후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6000점을 소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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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8-10-24 06:31:30
일단 청주에서 직지가 시작된 흥덕사지 인근이 아닌 왜 개연성없는 청주예당서 모든 행사가 진행되는지 의아했어요. 게다가 전 회 축제보다 확연히 B급이 된 콘덴츠와 디테일에 60억 예산 어디썼어? 싶었습니다. 전 표를 3인 이틀치 예매했는데 볼게 넘 없고 개회식 시민인터뷰에서 각설이 보러오셨다는 할머니 말씀대로 각설이공연보러오신 노인분들 야시장분위기에 내가 이걸 보러 이틀치 표샀나! 환불도 안되고 무지 화가 났어요.
시장님 한복 무지 좋고 멋지시던데 그 한복만큼은 직지축제 만드셔야죠. ICDH 유치의 토대, 청주의 아이콘 직지잖아요?

청주시민 2018-10-24 00:40:51
청주 문화수준이 갑자기 급락했어요
전문가가 아닌사람에게 일을 맡긴것이
이 모양이 되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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